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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동물의 치아는 '이빨'이라 하고, 사람의 치아는 '이'라고 표현하라고 한다죠. 국립국어원에 따르면 '이빨'은 '이'를 낮잡아 이르는 것이라고 합니다. 하지만 뭔가 '이빨'이라고 표현해야 시원시원(?)하기도 하고, '이'라고 표현했을 때보다 부가적인 설명을 덜 필요로 하는 때가 많은 것은 사실인 것 같습니다.
인간의 치아 개수는 최대 32개라고 합니다. 성년이 되기 직전까지는 대개 28개의 치아를 가지고 있죠. 그러다 사랑을 앓게 되는 나이에 나타나, 마치 '첫사랑을 앓듯이 아프다'하여 붙여진 이름을 가진 '사랑니'가 나면서 뽑거나 유지하는 선택을 통해 반평생을 함께할 치아 개수가 결정이 됩니다. 저 역시 이십대 초반에 사랑니가 났던 것 같습니다. 이 글은 제 이빨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며칠 전 근 10년만에 치료를 위해 치과에 들렀습니다. 중학생 때 레진으로 충치를 떼우기 위해 갔으니 10년도 훌쩍 넘었네요. 물론 성인이 되고 나서도 매년 한 번씩은 스케일링을 위해 치과에 들르곤 했습니다. 그러나 직접적인 치료를 위해 방문한 것은 아주 오랜만이었습니다.
누가 칭찬해준 적은 없지만, 저는 사랑니가 아주 예쁘게 잘 난 편입니다. 아마 턱과 얼굴이 큰 편인 덕분이 아닌가 싶습니다. 여태껏 표현한 적은 없지만 사랑니로 고생했다는 여러 사례들을 참고해 보면 오복 중의 하나라는 치아가 좋은 것만은 부모님께 잘 물려받은 듯합니다.
이빨 부자의 첫 파노라마 사진 촬영. 치열이 나쁜 편은 아니지만, 개인적으로 아래 앞니가 아쉽다. 잘 보면 깨진 사랑니가 보인다.
치과를 간 이유는 약 1년 전에 일부가 깨진 왼쪽 아래턱 사랑니(파노라마 사진의 맨 오른쪽 아래 치아)에 대한 검진과, 굳이 필요 없다는 사랑니의 발치에 대해 상담하기 위해서였습니다. 사랑니가 예쁘게 난 것이 기분 나쁜 일은 아니지만(사실 자부심(?)이 조금 있습니다), 종종 양치질 후에 손톱으로 사랑니를 긁어 보면 미처 칫솔로 닦아 내지 못한 음식물 찌꺼기가 긁혀 나왔거든요. 실제로 사랑니를 발치하게 되는 많은 이유 중의 하나가 가장 안쪽에 위치하여 관리가 어려워 다른 치아보다 쉽게 썩어 버리고, 인접한 어금니까지 함께 충치가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라고 하네요. 그래서 이왕 이렇게 된 것 '네 개 모두 뽑아버리자!'하는 생각으로 치과를 찾았습니다.
짧은 상담과 치아상태 확인 후 파노라마 사진을 찍었습니다. 진료실에서 구강 카메라를 통해 네 귀퉁이 어금니부분 사진도 찍었습니다. 어금니의 음식물이 씹히는 부분의 주름진 곳에는 까맣게 썩다 만 흔적이 남아 있습니다(후에 물어 보니 우식이 조금 진행되다가 만 치아는 굳이 치료를 하는 것보다 더 심각한 충치가 되지 않도록 관리를 하는 것이 더 낫다고 하더군요). 단순히 치아가 조금 깨진 줄 알았던 왼쪽 아래턱 사랑니는 꽤 많이 썩어있었고요. 조금 더 일찍 올 걸 하는 후회가 됐습니다.
앞서 나열한 이유로 사랑니 발치를 하고 싶다고 의사선생님께 말했습니다. 하지만 "정상적으로 자란 사랑니로서 나름의 기능을 하고 있고, 썩은 아랫사랑니를 뽑게 된다면 맞닿는 위사랑니 마저 뽑아야 한다"기에 생각을 거두었습니다. 나중에 더 많이 우식되어 신경을 건드려 아려 온다면 그때 뽑으라고 합니다. 낮은 의료수가 대비 의료행위가 번거로워 사랑니 발치를 피하는 치과의사도 많다고 들었지만 그런 느낌을 받지는 않았습니다. 이빨부자 타이틀을 오래 유지하고 싶은 마음도 있었습니다(도대체 왜...).
충전치료는 건강보험이 적용되는 아말감을 권해주셔서 그대로 따랐습니다. 비용도 가장 저렴할 뿐더러 가장 안쪽의 치아이기에 미관을 크게 고려할 필요도 없었거든요. 또 생각만큼 색깔이 두드러지지도 않습니다. 요청한 적 없지만 참고하라며 파노라마 사진도 보내주더군요. 여러모로 만족할 만한 치료였습니다.
몇달 전 '양심 치과의사'로 불리는 강창용 원장이 화제였습니다. 다른 치과의사들로부터 탄압을 많이 받는다고 주장하기도 했죠. 여러 언론에 소개되었고, 그가 제시한 '과잉진료를 피하는 열두 가지 방법'이 기사화되기도 했습니다. 저 역시 오랜만의 치료차 치과 방문인지라 우려되기도 했습니다만, 비교적 잘 관리된 치아상태와 간단한 치료 소요 덕분인지 과잉진료라는 느낌은 받지 못했습니다. 좋은 경험 덕분에 불편함이 없더라도 일년에 한 번씩은 예방 차원에서라도 치과 진료를 받아야겠다는 생각도 해봅니다.
참고로 아말감은 건강보험이 적용됩니다. 충전치료 이전에 스케일링(치석제거)도 함께 받았는데요, 연 1회에 한해 국민건강보험 적용이 됩니다. 기산일은 매년 7월 1일부터 익년 6월 30일까지인데요, 2018년부터는 회계연도와 동일하게 1월 1일부터 12월 말일까지가 스케일링의 건강보험 적용주기가 된다고 하네요. 비급여로 치료를 받을 경우 스케일링 시술 비용으로 5~6만 원 정도의 비용이 든다고 합니다. 저처럼 2009년 10월 실손의료비보험 표준화 이후 실손의료비보험을 가입하신 분이라면 치료 목적으로 치과 방문시 스케일링까지 함께 받으면 따로 갔을 때보다 외래 진료비 공제금액(1~2만 원, 병의원 급수별 차등) 이상의 본인부담금을 더 많이 보상받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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