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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들 스마트폰의 부품간 이음새가 벌어진 부분을 지칭할 때 '유격'이라는 단어를 많이 사용합니다. "유격이 있다."고 하소연하거나 "유격이 이정도인데 정상이냐?"고 질문하는 글에서 주로 쓰입니다. 그러나 '벌어진 틈'을 이야기할 때에는 '유격'이 아니라 '이격'이 바른 표현입니다.
굳이 제가 나서 바로잡으려 하지 않더라도 인터넷을 찾아 보면 유격과 이격의 올바른 쓰임을 묻거나, 이격이 올바른 단어라고 설명하는 글이 있긴 합니다. IT/전자제품 사용자 사이트인 seeko에는 무려 7년 전에 동일한 제목으로 잘못된 단어로서의 '유격'을 지적한 글이 있고, 약 3년 전 국립국어원에도 유격과 이격의 올바른 용법을 묻는 질문과 답변이 올라오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이런 미미한 자발적 개선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체감상 99%의 사람들은 '유격'을 '이격'의 의미로 잘못 사용하고 있습니다.
이격(떠날 리 ; 離, 사이가 뜰 격 ; 隔)은 제품의 맞물리는 부분의 설계상 의도된 각 요소별 공차나 공정/수율 혹은 설계상의 문제로 단차가 있거나 외장재가 벌어져 있거나 하는 경우를 말합니다. 대체로 함께 맞물려 움직임이 없는 제품의 맞물리는 부분 혹은 부품에서 의도된 간격 혹은 의도하지 않게 잘못 발생한 벌어짐을 뜻하는데, 우리가 표현하고자 하는 이격의 잘못된 쓰임인 유격은 후자의 경우에 속합니다. 또 움직임 없이 고정되어 벌어진 상태이므로 대부분의 경우 이격의 정도를 조절하기 어려운 특징이 있습니다.
반면 유격(넉넉할 유 ; 裕, 사이가 뜰 격 ; 隔)은 기계장치의 헐거운 정도를 의미합니다. 국립국어원이 예시로 든 것처럼 '클러치나 브레이크의 유격' 혹은 '톱니바퀴의 유격'처럼 맞물려 움직임이 있는 부품 간의 헐거움을 표현할 때 쓰일 수 있습니다. 대개 이 유격이란 것은 의도적으로 헐겁게 한 것으로, 헐거움의 정도를 조절할 수 있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유격이 있기 위해서는 일정 정도의 이격이 있어야 하므로 유격이 있는 제품에는 반드시 이격이 있다고 표현할 수 있으나, 그 역은 항상 성립하지 않습니다.
2017년에 게시된 글 중 '이격'이 제목에 포함된 글은 단 한 건도 찾아볼 수 없다. 내용검색을 하면 세 개의 글이 검색된다.
나무위키 '이격' 문서에서도 지적하듯, 스마트폰 이용자 커뮤니티 등에서는 대부분의 이용자가 설명하려는 현상은 '이격'임에도 불구하고, '유격'이라고 표현을 합니다. 실제로 아이폰 사용자 게시판으로 유명한 클리앙의 소모임 '아이포니앙'에서 '이격'과 '유격'으로 제목검색을 하면, '이격'은 단 한 건도 검색이 되지 않는 반면, '유격'이 포함된 제목의 글은 수십 개가 검색이 되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반면 틀린 용법임에도 '유격'을 언급하는 글을 찾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 올바른 용법으로서의 '유격'을 사용한 글이 전혀 없지는 않지만 대부분이 잘못 사용하고 있다.
'유격'과 '이격'은 다소 헷갈리는 단어임을 부정하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자주 틀리기 쉬운 한글 맞춤법 중에서도 '유격'과 '이격'처럼 '이격'의 의미로 '유격'을 압도적인 비율로 잘못 사용하는 경우는 드물다고 생각합니다. 유격과 이격을 올바르게 쓰고 타인의 잘못된 용법을 바로잡으려는 노력이 필요해 보입니다.